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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오렌지 레터 : 놓쳐버린 여행대신, 사람을 발견하다.
저자

Singh Aanya (항공우주학과)

발행일

2026-03-05 10:44:31


2025년의 봄은 성취감으로 시작됐다.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준비해 온, 저명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프로그램(Global Entrepreneurship Summer School, GESS 2025)에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은 프로그램의 두 번째 모듈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같은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일 것이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나의 열정을 가득 안고 항공우주 학과 경영학이라는 나의 배경에서 이제까지 배운 모든 것을 알고 실리콘밸리로 떠난다니, 내 꿈이 현실에 가까워졌고, 마침내 몇 년간 나의 노력이 보상받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미국 비자가 거절되었다.


Illustation generated with AI

그렇게 한순간에 3개월간의 노력, 늦은 밤의 작업들, 그리고 열정이 사라졌다.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비자 담당관은 나에게 두 개의 질문만 던졌다. 내 여권을 힐끗 보더니, 내 진술을 뒷받침하는 원본의 서류들은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오렌지색 거절 통지서를 들이밀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미국 비자를 거절당한 친구들을 알고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그 거절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멍해졌다. 넋이 나갔다. 대사간을 나와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곧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은 반쯤은 볼 위로 흘러내렸고, 반쯤은 내 눈 안에 머물러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나는 곧바로 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더듬거리며 내 상황을 전했다. 부모님은 나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나는 공공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무너져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다잡고 흐르는 눈물을 삼키려 애썼지만, 숨기려 할수록 눈물은 오히려 더 버겁게 밀려왔다. 나는 대전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기차표를 예매하고 역에서 기다렸다.

기차 안에서, 나는 어떤 아줌마의 옆자리에 앉았다. 내 눈 속의 폭풍을 눈치챈 것인지 그년은 조용히 학생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라고 속삭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그 작은 배려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그녀는 내가 쓰고 있던 얇은 가면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대전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나는 통로 쪽에 앉아있었고 신발 끈이 풀려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묶을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줌마가 그것을 가리키더니,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내 신발 끝을 묶어 주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더 크게 울어야 할지, 뜻밖의 다정함에 감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 나는 완전히 부서진 기분이었고 유령처럼 걸었다. 택시 대신 버스를 탔다. 스스로 돈이 없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너무 망가진 기분이 들어서 택시의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다. KAIST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강렬한 오후의 햇빛 아래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한 할머니가 나를 보고는 조용히 자리를 옮겨 우산을 씌워 주셨다. 여든이 훌쩍 넘으신 것 같았는데, 놀랍게도 영어를 조금 하셨다. “Korea, how much?” 아마 한국에 얼마나 있었냐고 묻고 싶으셨던 것 같다. “Three years.”라고 답하자, “Nara?”라고 물으셨다. “Indo.”라고 하자, 할머니 얼굴이 환해졌다. “, 카레를 정말 좋아해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 짧은 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지만, 따뜻함을 주었다. 그날, 우주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늦게, KAIST 국제협력팀(Global Initiatives Office) 사무실을 찾았다. 학교로 돌아온 뒤에, 출장 보고를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수아님과 진경님을 만났을 때, 그들은 부드럽게 물었다. “인터뷰는 어땠어요?” 그 질문이 방아쇠가 되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됐다. 통제할 수 없이, 온몸이 떨리며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취약해지도록 놔두었다. 담당관이 거의 나를 보지도 않고 질문도 하지 않았던 일, 몇 초 만에 내 노력이 무시당한 것처럼 느꼈던 감정, 원래도 학점이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GESS준비에 집중하느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내 신분을 위험에 빠뜨렸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부모님을 실망하게 할까, 그리고 어느 정도는 나 자신을 실망하게 할까 두려웠던 마음마저 모두 털어놓았다. 그들은 내 옆에 앉아 끝까지 들어주었고,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삶의 경험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울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했고, 나는 그들을 믿었다.

기숙사로 돌아오자, 룸메이트가 물었다. “비자 나왔어?” 나는 무심한 척 대답했다. “아니, 거절됐어, .” 나는 이른 아침의 이동과 감정의 분출이 겹쳐 너무 지친 상태였다. 그냥 조금이라도 자고 싶었다. 침대에 누우니 다시 눈물이 흘렀다. 룸메이트가 듣지 않도록 조용히 울려고 노력했지만, 그녀는 내 흐느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 그냥 울어. 그러면 좀 나아질 거야.” 그 말이면 충분했다. 눈물을 더 이상 막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꼭 안아주었고, 그날 밤늦게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갔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인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그때쯤, 나는 팀원들에게도 비자 상황을 알렸다. 위로와 슬픔, 분노의 메시지가 동시에 쏟아졌다. 나는 팀원들에게 다음날 있을 중간발표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큰 발표도 아닌 중간 점검 발표였지만, 팀의 흐름을 깨거나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팀원들은 내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다다음날, 팀 리더에게 메시지가 왔다. “Aanya, 우리는 네가 발표에 와줬으면 해. 말하지 않아도 돼. 그냥 와줘. 네가 있으면 팀이 더 강해져.” 나는 망설이며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를 무너뜨리는 트리거가 될까 두려웠다. 그들을 보는 순간, 내가 무너질까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들은 어떤 순간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내가 가지 않는다면, 발표를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와 함께 있어 줄 기회를 내가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갔다.
발표 장소에 들어서자, 주최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것을 시간을 갖고 정리했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계속해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나를 꽉 안아주며, “그건 그냥 하나의 불운한 사건일 뿐이야, 하지만 이 팀은 평생 가.”라고, 말해주었다발표는 순조롭게 끝났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국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 있고 따뜻했다. 사흘 동안 우리는 비지니스 아이디어를 다음과 멘토들로부터 값진 피드백을 받았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따뜻함과 정서적 지지가 없었다면, 내가 과연 참석할 용기를 냈을까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다른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가져갈 짐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강한 FOMO(Fear of missing out)를 느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쓰라림보다는 모종의 부드러운 감사를 느꼈다. 나를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였다. 그들은 패배의 충격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완충재 같았다.
걱정하지 마, Aanya, 우리가 초콜릿 잔뜩 사다 줄게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 한 주가 지난 후, 내 친구들은 초콜릿 한 봉지와 스탠퍼드 티셔츠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나는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났다. 나는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났다. 상징적인 선물이었다. 나는 스탠퍼드를 걸어보지 못했지만, 팀원들은 그 일부를 내게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아케이드에도 갔다. 게다가 팀 리더는 내가 아무것도 놓치지 않도록 실리콘밸리에서 들은 모든 강의를 노트로 정리했다. 그런 세심함과 배려, 우정 덕분에, 내가 전생이 무슨 선행을 했기에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비자 거절은 내게 단순한 장애물이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내 자존심과 내 노력, 심지어 정체성에 상처를 남기는 균열이었다. 비자 거절 이후 한동안 나는 내가 이 자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우리 대신 다른 사람들이 선발되어 떠났고, 그로 인해 다른 참가자들과 심지어 내 팀과도 나는 거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을 수 있었을 무한한 기회들과도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 꿈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데, 그것이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닫는 그 찰나의 순간에 증발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세상은 계속 움직이는데, 나만 실망의 가장자리에 얼어붙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다기차와 버스 정류장의 아줌마들, GI의 직원들, 룸메이트, 친구들, 팀원들. 그들은 각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주었다. 연민, 따뜻함, 시간. 이 작은 제스처들이 나를 다시 꿰매 주었다. 그들은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 대신, 함께 있어 주었다. 실패를 없애주지는 않았다. 대신, 의미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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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면, 거절은 모든 것을 앗아가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여행보다 훨씬 지속 가능한 것을 내게 주었다. 바로 성공이 사라질 때 우리를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었다. 우리는 성공이나 실패 때문에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연결된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된다. 사람들은 실패를 개인적 공백, 정체성의 단절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실패는 특별한 침묵을 동반한다. 바쁜 삶의 소음 속에서 중요한 침묵,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더 잘 듣게 해주는 멈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성찰하게 하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그 침묵은 관계의 진짜 색을 드러낸다. 어떤 사람들은 그 침묵 속에서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곁에 남아 다가와 준 이들, 당신들이 나의 회복의 이유다. 당신들은 실패와 실망을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다는 걸 내게 가르쳐주었다. 강함이란 눈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플 때조차 계속 나타나는 선택인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 글을 읽으며, 실패 속에 혼자라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실패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때로는 인생의 한 페이지가 조용한 구석으로 넘어가며 누가 당신 곁을 걷는지를 드러내는 순간일 뿐이다. 때로는 자존감을 태워 겸손과 취약함, 연결의 공간을 선물하는 불이 되기도 한다.
기억하라. 당신은 잘되지 않은 일들이 아니다. 당신은 오렌지색 편지가 아니다. 당신은 남아 있던 대화들, 나타나 준 사람들, 가장 낮은 순간에 당신을 찾아온 사랑이다.
그것이 진짜로 남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것이 실패의 숨겨진 선물일 것이다. 실패는 한계와 수정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사랑을 가르치고,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 힘을 가르치며, 연결과 인간적 접촉의 힘을 가르친다. 점점 더 경쟁적으로 되어가는 세상에서, 낮아지고 취약해지고 울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성공이든 실패든 당신의 모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관계에 대한 신뢰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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