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실패연구소 에세이 공모전 ‘나의 실패 이야기’ 수상작 연재
000 |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우리 사회는 종종 슬픔을 쇠약하고 가련한 상태로 바라보지만, 슬픔은 내게 약해져 있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과 이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이제 나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내 가족의 과거가 다른 평범한 이들의 그것과 같아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회로부터 받아들여 지기를 바라는 대신, 그리고 망가진 인간으로 보여지지 않기를 바라는 대신, 나는 내 안의 슬픔이 나로 하여금 인간의 고통이 가진 다양한 측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해주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가진 슬픔을 다른 친구들의 과거와 비교하고 나의 내면이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변명으로 삼는 대신, 나는 고통은 어떤 잣대로도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고통은 나에게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견디기 어려운 순간에도 타인의 고통에 열린 자세로 대하는 법을 알려주었다.